월간 건축문화에 용인공원이 소개되었습니다.
https://anc.masilwide.com/1338




‘전통’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배울 때나 가르칠 때나 매한가지였고, 조금이라도 싸고, 많은 면적을 설계해 달라는 요청에 익숙한 실무현장에서 ‘한국성’과 같은 아카데믹한 논제를 입 밖으로 꺼낸다는 것은 어딘지 생뚱맞고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도 어휘가 주는 무게감이 적지 않기에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주제가 바로 ‘전통’일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 가치Korea Traditional Premium’를 담아 달라는 건축주의 요구는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전통을 운운하며 기와지붕이나 처마선과 같은 양식적인 차용을 피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결국 내면 깊은 곳에서 근본을 묻는 일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고, ‘진실한 건축’이라면 건축주의 요구에 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이보다 더 진실한 건축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르 토르네 수도원을 떠 올리게 되고, 재료를 진실하게 다루는 피터 줌터의 작업은 더 없이 좋은 사례가 되었다. 봉안당이라는 기능적 이유만으로도 종묘는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10여 년이란 시간만큼이나 생각의 깊이나 넓이도 달라졌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두 개의 개념이 있다면 ‘재료와 좌향’에 대한 생각이다. 첫째로 건축은 재료라는 물질을 통해 공간이 완성된다. 재료가 지닌 솔직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날 재료의 아름다움’이야 말로 전통건축이 지닌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가공한 듯, 안 한 듯 굵고 거친 나무와 화강석은 투박하지만 우리에게 더 없이 편안함을 준다. 디자인이 거듭되면서 이들 재료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주차장을 건물에서 멀리 물리고 중정과 목조건축을 중심에 배치하면서 공간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둘째는 건물이 대지에 앉는 모습을 의미하는 좌향坐向이다. 유홍준의 지적처럼 ‘자리 앉음새’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건물만 보고 건축은 보지 않는 셈이라 할 정도로 전통건축에서 자연 환경과의 조화는 중요하다.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된 모습은 우리 옛 건축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건물이 외부환경에 드러나지 않도록 경사면을 에워싸며 기존의 경관에서 건물이 압도적이지 않도록 최대한 건물을 낮추었다. 그 결과, 테라스 봉안당은 원래의 땅의 지형처럼 자리한다. 상징성을 준다고 건물을 들어올렸다면 지금과 같은 자연스러움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주제가 주는 무게감이 적지 않음에도 성공적으로 일단의 설계를 마무리했다고 자찬하고 싶으나 여러 이유로 감리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과 아픔이 있다. 감리란 설계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현재의 결과가 충분하다 할 순 없다. 건축가가 디자인의도Design Intent를 세운다면 시공자와 협력사는 이를 바탕으로 구현 노력을 할 때 좋은 건축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건축가의 리더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갖게 되었지만 이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나무가 설계 작업의 중심에 자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프로젝트에 특별함이 있다.
월간 건축문화에 용인공원이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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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배울 때나 가르칠 때나 매한가지였고, 조금이라도 싸고, 많은 면적을 설계해 달라는 요청에 익숙한 실무현장에서 ‘한국성’과 같은 아카데믹한 논제를 입 밖으로 꺼낸다는 것은 어딘지 생뚱맞고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도 어휘가 주는 무게감이 적지 않기에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주제가 바로 ‘전통’일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 가치Korea Traditional Premium’를 담아 달라는 건축주의 요구는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전통을 운운하며 기와지붕이나 처마선과 같은 양식적인 차용을 피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결국 내면 깊은 곳에서 근본을 묻는 일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고, ‘진실한 건축’이라면 건축주의 요구에 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이보다 더 진실한 건축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르 토르네 수도원을 떠 올리게 되고, 재료를 진실하게 다루는 피터 줌터의 작업은 더 없이 좋은 사례가 되었다. 봉안당이라는 기능적 이유만으로도 종묘는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10여 년이란 시간만큼이나 생각의 깊이나 넓이도 달라졌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두 개의 개념이 있다면 ‘재료와 좌향’에 대한 생각이다. 첫째로 건축은 재료라는 물질을 통해 공간이 완성된다. 재료가 지닌 솔직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날 재료의 아름다움’이야 말로 전통건축이 지닌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가공한 듯, 안 한 듯 굵고 거친 나무와 화강석은 투박하지만 우리에게 더 없이 편안함을 준다. 디자인이 거듭되면서 이들 재료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주차장을 건물에서 멀리 물리고 중정과 목조건축을 중심에 배치하면서 공간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둘째는 건물이 대지에 앉는 모습을 의미하는 좌향坐向이다. 유홍준의 지적처럼 ‘자리 앉음새’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건물만 보고 건축은 보지 않는 셈이라 할 정도로 전통건축에서 자연 환경과의 조화는 중요하다.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된 모습은 우리 옛 건축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건물이 외부환경에 드러나지 않도록 경사면을 에워싸며 기존의 경관에서 건물이 압도적이지 않도록 최대한 건물을 낮추었다. 그 결과, 테라스 봉안당은 원래의 땅의 지형처럼 자리한다. 상징성을 준다고 건물을 들어올렸다면 지금과 같은 자연스러움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주제가 주는 무게감이 적지 않음에도 성공적으로 일단의 설계를 마무리했다고 자찬하고 싶으나 여러 이유로 감리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과 아픔이 있다. 감리란 설계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현재의 결과가 충분하다 할 순 없다. 건축가가 디자인의도Design Intent를 세운다면 시공자와 협력사는 이를 바탕으로 구현 노력을 할 때 좋은 건축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건축가의 리더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갖게 되었지만 이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나무가 설계 작업의 중심에 자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프로젝트에 특별함이 있다.